계시별 요금제, 가정에도 도입되면 우리집은 유리할까 불리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가정용 전기요금에 계시별 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자마자, 이미 이 제도를 오래 겪어온 산업체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낮에 싸고 밤에 비싸지는 거 아니야?’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산업용 사례를 들여다보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오늘은 산업용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근거로 우리집에 적용했을 때 실제로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하는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계시별 요금제란 정확히 무엇인가

계시별 요금제는 하루 중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전력 단가를 다르게 매기는 방식입니다. 산업용 개편안을 보면 낮 시간대로 요금이 가장 높았던 오전 11시~오후 12시와 오후 1~3시 구간이 최대부하에서 중간부하 시간대로 조정되는 대신, 오후 6~9시는 중간부하에서 최대부하로 변경됐습니다. 동시에 최대부하 시간대 적용되는 최고요금은 평균 15.4원 내리고, 경부하 시간대에 적용되는 최저요금은 1kWh당 5.1원 올렸습니다.

기존 누진제는 한 달 총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계시별 요금제는 총량이 아니라 ‘언제 썼는지’가 요금을 결정합니다. 같은 300kWh를 썼어도 낮에 많이 썼는지 밤에 많이 썼는지에 따라 청구서 금액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 오랜 시행 끝에 드러난 문제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는 이번에 개편됐을 뿐 1977년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49년 만에 계절·시간대별 요금 체계 조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눈여겨볼 만한 문제를 짚었습니다. 산업용 사용자는 대규모 설비일수록 자가발전기 가동, 조업조정 등을 통해 요금이 낮은 경부하 시간대에 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최대부하 시간대에는 상대적으로 전력을 적게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경부하 시간대의 판매량이 전체 산업용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요금수준은 다른 시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판매수입 기준으로는 경부하 시간대의 비중이 작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대를 조정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조업시간을 못 바꾸는 중소업체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는 뜻이죠.

이번 개편 과정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업계에서는 밤에 싼 전기를 저장하고 낮에 비싼 시간에 방전해서 차액을 버는 구조였는데, 경부하 요금은 올라가고 최대부하 요금은 내려가 충전 비용은 올라가고 방전 수익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제도가 유도하려던 방향과 실제 시장 반응이 어긋난 대표적 사례입니다.

가정용 도입 시 산업용과 다른 변수

가정은 산업체처럼 조업시간을 옮길 수 없습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해서 요리하고 씻고 에어컨 트는 시간대를 ‘경부하 시간대’로 옮기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실제로 산업용 개편은 야간 조업 기업들이 조업 패턴을 바꾸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가정은 애초에 패턴 자체를 바꿀 여지가 훨씬 적습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재택근무 가구는 영향이 크게 갈립니다. 낮에 집이 비어있고 저녁에만 전기를 쓰는 맞벌이 가구라면 최대부하 시간대 사용 비중이 높아 불리할 가능성이 있고, 낮에 재택하며 에어컨을 켜는 가구라면 오히려 개편 전보다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냉난방기기 가동 시간대가 사실상 요금제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인 셈입니다.

우리집 유불리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판단에 앞서 최근 사용 패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한전 스마트한전 앱이나 최근 고지서의 시간대별 사용량 항목을 열어 아래 다섯 가지를 체크해보세요.

1. 평일 낮(오전 11시~오후 3시)에 집에 사람이 있는가

2. 저녁 6~9시 사이 에어컨·전기밥솥·세탁기를 동시에 쓰는가

3. 전기차를 야간(밤 10시~아침 8시)에 충전하는가

4.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거나 설치 계획이 있는가

5. 최근 3개월 고지서에서 야간 사용 비중이 40%를 넘는가

1, 3, 4번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유리한 쪽에 가깝고, 2번에 강하게 해당하면서 나머지가 없다면 불리한 쪽에 가깝습니다. 3개 이상 겹치지 않는 애매한 경우라면 중립으로 보고 좀 더 지켜보는 게 안전합니다.

태양광·전기차 확산이 만드는 순부하 함정

낮 시간 요금을 낮추는 이유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고 전기 수요가 적은 평일 낮 시간대에 전기 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저녁 시간 등 전기 수요가 많을 때 요금을 비싸게 책정”>한다는 취지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태양광 패널이 많이 보급된 지역이라면 낮 순부하가 이미 낮아진 상태라 요금 혜택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기차 심야충전이 특정 지역에서 급격히 늘어나면 ‘경부하 시간대’의 실제 부하가 높아져, 산업용에서 경부하 요금을 5.1원 올린 것처럼 가정용 심야 요금도 예상보다 빨리 오를 여지가 있습니다. 제도가 설계된 시점의 전제와 몇 년 뒤 우리집 상황(전기차 구매, 태양광 설치 등)이 어긋나면 처음 계산했던 유불리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금 계약을 바꿔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성급하게 움직일 단계는 아닙니다. 이 대통령 본인도 물가 관리 때문에 지금 당장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아, 정책 전환의 속도와 시점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제주는 이미 2021년 9월부터 주택용 시간대별 선택요금제를 도입해 운용 중이라 참고할 실제 사례가 존재합니다.

선택형 요금제로 전환하기 전에는 최근 3개월치 시간대별 사용량을 현재 요금과 개편 예상 요금으로 직접 계산해보는 시뮬레이션이 필수입니다. 전국 확대를 위해서는 실시간 사용량을 측정하는 스마트 계량기(AMI) 보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는 점에서, 우리 지역에 AMI가 실제로 보급됐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당장은 직전 2개년 동일 월 평균 대비 1%만 줄여도 지급 대상이 되는 에너지 캐시백을 활용해 피크 시간대 절감 습관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시별 요금제가 시행되면 무조건 요금이 오르나요?

A. 아니요, 사용 패턴에 따라 오히려 요금이 낮아지는 가구도 있으며 산업용 사례를 보면 시간대별 사용 습관이 핵심 변수입니다.

Q. 언제부터 가정용 계시별 요금제가 실제로 도입되나요?

A. 현재는 발언과 논의 단계로 구체적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시범사업과 공청회 등 절차가 남아있어 시기를 지켜봐야 합니다.

Q. 전기차나 태양광이 없는 일반 가정도 영향을 받나요?

A. 네, 냉난방기기 사용 시간대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낮 시간 재택 비율이 높은 가구는 체크가 필요합니다.

Q. 산업용 요금제와 가정용 요금제를 그대로 비교해도 되나요?

A. 구조는 비슷하지만 가정은 조업시간 조정이 불가능해 산업용에서 나타난 부하 이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실제 요금제 전환이나 계약 변경은 한전 고객센터 또는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생활 달인
매일 나아지는 살림을 위한 연구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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